학원폭력 : 그들의 희망까지 앗아간 건 누구이던가?

학원폭력 : 그들의 희망까지 앗아간 건 누구이던가?

- 학원폭력문제의 심각성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한국과 일본이 청소년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에 전 일본 국민을 치떨리게 했던 시체 절단사건의 범인이 중학교 3년생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고교생들이 담력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 두 명을 강으로 끌고가서 강물에 빠뜨려 놓았다고 한다. 수영을 못하는 두 명의 아이가 올라오려고 배의 난간을 잡자, 이들은 손을 담배불로 지지고, 머리를 물 속에 밀어 넣는 등 결국 익사를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작년의 시체사건으로 일본에서 체포된 아이는 "나보다 약하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한국의 그 아이들은 단지 장난이었을 뿐이며, 재수가 좀 없었다는 듯이 말한다.

결코 반성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관계전문가들은 "폭력물에 방치되어 있는 비디오 세대의 폭력 둔감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단지 이유가 그것뿐일까? 나의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청소년 폭력은 어른들의 탓이다.

청소년의 폭력 문제는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이른바 '이지메'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밖에 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 일본 모두 주입식 교육과 입시 지옥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닌가?

어느 책에서 일본의 입시 위주의 과열된 수험교육은, 양식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비뚤어진 승자와 타락하는 패자를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쓰여진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시위주의 학교생활에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일류대학을 나와야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친구를 누르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경쟁논리를 습득하고 있다.

이스크라의 '적과 친구'라는 노래는 이런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수업 사이로 점심을 먹는 그 동안만 친구

시험이 시작되면 너와 나는 서로를 짓밟아야해.

오∼ 친구를 죽여

추억 사이로 같이 매맞는 그 동안만 친구

등급이 매겨지면 너와 나는 서로를 따돌려야해

오∼ 친구를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총만 들지 않았지. 서로 죽여야 하는 그렇게 길들여진

이젠 견딜 수 없어 싸늘한 밤하늘에 몸을 던지는

오∼제발 오∼제발∼ 오∼제발∼ 오∼제발

그 어느 시대이든지 젊은이들은 절망한다. 절망은 일탈로 이어지고, 그 일탈로 인해 다시 절망한다. 단지 뱃데기가 좀 불러졌다고 젊은이들이 행복해진 건 아니다. 무한경쟁사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주는 중압감은 결코 당신네 기성세대들의 고통에 뒤지지 않는다. 어른들은 툭하면 말한다. 구두닦이를 해서 서울대 수석에 입학하기도 하는데, 넌 뭐냐고. 뱃데기 부르게 해줬으니까 당신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뭐든지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 지겨운 '옛날엔… 옛날엔… 옛날엔…'

하지만 말이다. 그 옛날엔 아이들이 동네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집앞을 나서면 자동차, 유괴범 등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런 저런 명목의 공부 등으로 아이들은 파김치가 되고 꿈을 잃어간다.

'하면 된다'. 사실 노력하면 안 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해도 대학을 못 가는 아이들은 있게 마련이다. 모든 아이들이 잠을 안 자고 24시간 공부만 해도 대학을 못 가는 아이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대학만을 목표로 해서도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아이들이 괜히 그냥 갑자기, 뜬금없이 악마가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늙은이들에게 난 엿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한 표현을 쓰고 싶지만)

이 글이 그 가해자들을 용서하자는 말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으로 자살하거나 피살된 학생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당국에서는 학교폭력 전담수사반을 구성하는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물론 상습적인 폭행이나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나 역시 정도가 지나친 사안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실적위주로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길거리에서 토큰 하나를 빼앗았다고 노상강도 내지는 특수절도를 적용해서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해야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입시전쟁 그 입시전쟁에서 패배한 인생의 패배자들, 그들에게 미래는 없다. 그들에게 범죄의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가 유흥비 마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희망이 없다. 누가 그들의 희망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는가?

어른들은 말한다. 약한 건 죄악이라고….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바보, 문제아 취급을 받는 그들이 모여, 그들보다 더 약해보이는 아이들을 괴롭히게 되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들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사랑하는 법을 배우질 못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겠는가? 사랑을 받아본 아이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을 해줄 순 없을까? 공부 못하는 너희들의 인생도 소중하다고 말해줄 수는 없을까? 너희들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라고 말해줄 수는 없을까?

한국 교육계와 취업의 현실을 풍자한 우습지 않은(?) 우스개를 하나 소개하겠다. 세기의 천재들인 뉴튼과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같은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30년전 한반도에 태어났다. 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틀림없이 새로운 학설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거나, 최소한 일류 과학연구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뉴튼과 같은 지능을 가진 아이는 머리가 총명하여 일류대학 물리학과에 입학을 했으나 학과주임교수의 학설을 반박하고 나섰다가 인간적으로 찍혀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모 속셈 학원 강사로 재직중이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는 수학, 물리, 화학 등 이과계통 과목의 성적은 우수했지만, 국어나 영어 등의 과목엔 엄청난 열세로 전과목 우등생을 요구하는 한국의 입시제도에 부적합하였다. 결국 여러 차례 대학입학시험에서 낙방을 거듭한 끝에 지방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전공학과 성적은 매우 우수하였으나, 지방 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입사시험에 번번이 실패하여 분식집을 운영중이었다. 에디슨과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는 획일적인 학교 수업에 염증을 느껴 일찌감치 학교를 중단하고,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서 특허 신청을 했는데, 특허청 심사관에 의해 서류제출 미비 혹은 이해불가 등의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 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특허를 도둑맞았다.

대한민국에서 졸업장없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사법고시 패스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 아이는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우스개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의 고등학생들도 이해하기 힘든 영문학 작품을 두루 읽고 해석해야 하고, 현역 국문학자를 데려다가 당장 시험을 치르게 해도 평균 50점이 넘기 힘든 수준의 현대문학이나 고전문학 등의 국어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을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와 가리는 우리네 식의 교육으로 문제아는 양산된다. 대학을 가지 못하는 아이는 문제아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사회.

쓸데없이 탁상공론을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선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하도록 자기 스스로의 인식을 바꿔야만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학교라는 것은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아는 사람 손들어 봐'하는 식이다. 아는 사람만 얘기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은 처음부터 소외되는 것이 무슨 교육인가?

그것은 소외당하는 자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소외당하지 않은 자에게도 항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불안이 사교육비 부담을 주게되어, 급기야는 주부들이 몸까지 팔게 되는 것이 아닐까?

소외되지 않은 아이들조차도 얼마나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다. 전교 1등을 한 아이가 자신과 1등을 다투는 아이와 함께 자살을 하기로 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떠난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느끼는 이 비극적인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뚫린 입이라고 요즘 아이들이 나약해졌느니 어쩌느니, 소위 막말로 개소리만 늘어놓는가?

그렇다고 해서 똑똑한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사가 아는 것 이상의 의문을 가지는 아이들은 '미친놈들' 취급을 받고, '그런 건 몰라도 돼' 하는 식의 면박과 함께 문제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위의 우스개에 나온 뉴튼의 경우처럼)

또한가지 기성세대나 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청소년들을 더 옥죄고, 교복을 입히고, 머리를 깎게 하고, 귀가 시간을 단속하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격리시키는 쉬운 방법만을 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을 더 숨막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청소년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리는 선생들에게 길들여져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보다는 '저 선생님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자기가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다른이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서태지의 가장 위대한 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미덕인 돈도 많이 벌었고….

몇 해 전 영국에서 '영국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다. 그 때 학생들이 세 번째로 많이 꼽았던 사람이 런던의 한 청소부 할아버지였다. 그 할아버지는 힘든 청소부 일과가 끝난 후 반평생동안 자기만의 화원을 가꾸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할아버지는 행복하다.

우리네 같았으면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못살지. 달리 못 살어. 주제에 무슨 화원이야'하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

좀더 다양한 방식의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스스로 패배자라고 느끼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늙은이들은 항상 요즘 애들이 나약해져서 큰 일이며, 자살을 미화하는 대중가요가 문제라고 말한다. '제기랄 행복한데 왜 죽겠니? 그리고 결코 요즘 아이들이 나약하지만도 않아. 안치환의 노랫말 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어른들의 그 뻔한 얘기 이젠 정말 지긋지긋

해. 아이들의 무거운 책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주 공갈 사회책, 따지기만 하는 수학책, 외우기만 하는 과학책, 국어보다 더 중요한 영어책, 부를 게 없는 음악책, 꿈이 없는 국어책…'

아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더 무거워져야 나는 어른이 되나. 얼마나 더 야단맞아야 나는 어른이 되나. 우리들 살고 싶은, 사랑 가득한 세상. 내 무거운 책가방 속엔 행복은 없고 성적뿐이죠.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글을 읽고 비판만 있고, 대안제시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제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현상이 어쩌고 하면서 분석하는 전문가들보다 오히려 이 글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미친놈' 어쩌고 하면서 화를 내는 이도 있겠지만, '왜 저렇게까지 얘기할까' 하고 반성하는 어른들도 있지 않을까? 조토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