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섹스 공포의 폭력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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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그의 만화는 18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성인용 만화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만화의 미덕은 우리(성인)에게 훔쳐보기의 은밀한 매력을 유쾌하고 건강하게 전달해준다 는 점이다. 하지만 이 말도 그의 만화를 적확하게 표현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하면 서점에 달려가 그의 만화를 사서 직접 읽어보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물론 18세 이상에 한해서. 억울하면 빨리 성인이 되어라!
(Q) 언제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 동기는 무엇입니까? (A) 예전부터 막연하게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때 선배 소개로 간 '만화아카데미'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을 계기로 잡지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Q) 당신은 1995년 만화잡지 '미스터블루' 신인공모에 <누들누드>로 대상을 받으며 만화계에 데뷔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A) 신인공모를 한건 아니었어요. 계약 형식을 그쪽에서 신인공모로 돌린 것 같아요. 저는 공모전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Q) 그럼 당신의 만화책에 쓰인 약력은 잘못되었다고 봐야 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Q) 누들누드가 탄생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A) 그냥 막연하게 성인만화라고 하니까 성을 소재로 한 것이 빠르겠다 생각했고, 성을 밝은 쪽으로 이야기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전부터 성과 폭력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Q)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A) 없었어요. 그리고 제 만화가 차지하고 있는 지면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Q) <누들누드>를 보면 서대한 성기를 가진 마초들이 등장해 다리가 되어 주기도 하고(물론 흥분을 해야 다리가 될 수 있지만), 무기가 되기도 해요. 우리나라 남자들은 성기에 지나친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가요? (A)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친구들하고 농담삼아 얘기할 때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내 것이 크네, 네 것이 크네... 성에 대한 막연한 지식일 수도 있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거대 성기에 대한 환상은 남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당신이 만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하드코어>라는 만화는 음지에 숨은 절대권력자를, <마운팅>은 서열 우위의 사람들이 휘두르는 성적 폭력을, <자성>은 만화 검열에 대한 비판을, <오뎅먹기>는 소시민의 애환(?)을 담고자 한 것 같은데요. (A) 제가 가지고 있는 소재 빈곤일 수도 있고... 어쨌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소재가 부족해서 찾다보니까 그런 쪽으로 흐른 것 같아요. 특별한 건 아니구요. 재미있는 건 제 만화를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자꾸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Q) 그냥 재미있게 그리겠다는 생각만 하시는 건가요? (A) 네, 나름대로는 재미있었으면 하는 건데, 그러려면 성만 가지고 얘기하기에는 좀 부족한 듯 싶고, 그래서 살을 붙인다거나 하는데, 살을 붙이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의도 전달처럼 비추게 되는 것 같아요. (Q) 당신 만화중에 <닌자>라든가 <시스터액트> 같은 걸 보면 여성의 성을 조금 왜곡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그렇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거지만, 대한민국의 가부장제에서 자라온 남자이기 때문에 성 역할에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렷을때부터 보고 자라온게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만약 그런 느낌을 가지셨다면, 저 역시도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Q) 혹시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성토를 받은 적은 없나요? (A) 구체적인 성토를 받아본 적은 없구요. 대학교의 민감한 여학생들이나 모임을 통해 몇 번 질문을 받은 적은 있어요. 도대체 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그런 만화를 그리느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뭐 저의 한계인 것 같아요. 허허허. 근본적으로 저는 그런 쪽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성이 어떻다. 성과 권력이 어떻다라는 식의 고민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고, 그냥 뭐 이거 재미있겠다. 저거 재미있겠다라는 식의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들어도 마땅하지 않나 생각해요. (Q) 반성인가요? (A) 반성한다는 말은 좀 그렇구요. 사실 사람들 앞에서 반성한다고 얘기를 하면 그건 거짓말하는 걸 거예요. 그걸 가지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거든요. 만화를 보고 불쾌하다면, 그냥 이 사람 참 불쾌하다고 말하면 되는 거예요. 그걸 가지고 마치 제 만화가 사람들을 선동한다거나... 그럴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그럴만한 힘도 없고, 그럴만한 매체도 아닌 것 같구요. 그리고 만화를 보고 선동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거죠. 그 사람한테 선천적인 문제가 있는거죠. 만화 말고 잡지나 TV를 보면, 특히 방송 CF를 보면 노골적인 묘사는 없지만, 굉장히 성적인 것도 많고, 폭력적인 것도 많잖아요. 근래 본 광고 중에 톰보이라는 광고가 있었는데, 여자 하나를 군중들기로 떠받쳐가지고 막 가잖아요. 굉장히 위험한 광고거든요. 사실은, 강간에 관한 걸 너무나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단지 군중 사이에 순진하게 보이는 안경 낀 여학생을 끼어둠으로 해서 살짝 피하긴 했는데.... 사실 파급효과나 영향력에 관해서 얘기한다면 제 만화는 비할 바가 아니죠. 차라리 제 만화는 순진하기나 하죠. 그런데 그들은 노골적인 묘사를 교묘하게 표현하잖아요. (Q) 당신의 만화는 선이 굵고, 역동적이면서, 때론 섬세하고 얇습니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나 <노젓는 뱃사공>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선이 굵고 <오나니>나 <자성> 같은 만화는 선이 얇습니다. 초기와 지금의 만화 그림체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 당신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이두호씨와 허영만씨의 만화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혹시 그 두분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나요? (A) 선이 점점 가늘어지는 것은 배고픔이 덜해지니까 그런 것 같아요. 초기에 그린 것들은 사실 좀 투박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리면서 선이 얇아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일본 만화도 선이 굉장히 얇아요. 예전 만화들은 선이 좀 두꺼운 편이었지요. 선에 대한 감이라고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 선이 점점 얇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얇아진다는게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영향받은 만화가들은 한두분이 아니죠. 일본 만화가들도 많구요. 그리고 재미있는 만화라고 생각되는 건 다 영향을 받고 싶어요. 어떤 장르의 만화든지간에. 말씀하신 이두호 선생님 만화도 많이 보구 자랐구요. 특히 허영만 선생님 만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겠지요. 연출하시는 거나 뭐 그런 걸 보면 참 경제적인 만화를 하세요. 정말 필요한 선만 쓰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좀 아직... 음, 자기 색깔을 가지려면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Q) 제가 봤을 때 당신의 만화는 데생이 참 좋은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때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나요? 만화를 그리기 전에 말이예요. (A) 만화를 그리는 거와 데생 작업은 조금 다르거든요. 음, 학교 다닐때는 인체 데생을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 책이나 크로키 북 같은 걸 보고 베끼기도 하고.... 어쨌든 인체 데생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요즘 만화가들 보면 그림들 참 잘 그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좀 위축돼요. 허허허. 하여튼 요즘 만화가들 그림 너무 잘 그리고 테크닉도 뛰어나고 그래서 사실 그림에 관련된 얘기로 들어가면 저는 할말이 없죠. 그런데 제 만화를 보고 그림이 형편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그림이 단단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Q) 만화 잡지 <나인>에도 만화를 매달 그리고 계시죠? <나인>을 여성용 만화 잡지라고만 보기엔 좀 아쉬운 감이 있고, 그렇다고 전혀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은데, 현재 당신이 <나인>에서 다루고 있는 폭력은 그쪽 편집부의 의견인가요? 아무래도 폭력은 여성용 만화 잡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A)지금 강인선 부장님이라고 서울문화사에 계시는데, 그분의 기획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뛰어나다는 얘기는 다시 말해 도전 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처음에 <나인>을 만드실 때 저희들에게 내거신 조건이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는 거였어요. 너희들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라는.... 그래서 저는 <나인>을 순정만화 잡지라고 딱히 구분하지 않고, 그저 만화 잡지인데 차별화가 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얼마전 들은 얘기인데 일본에서 <나인>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그러더라구요. 일본엔 만화가 아주 많잖아요. 그런데 일본에도 <나인> 같은 만화 잡지는 없데요. 그러고보면 <나인>은 굉장히 독특한 기획이었고 차별화를 이미 이루었다고 봐요. (Q) 요즘 박광수씨나 이우일씨 만화가 신문의 네 컷 만화의 틀을 깨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A) 선구자라고 생각해요. 박광수 선생이나 이우일씨나 모두 더 선구자죠.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이우일씨를 더 좋아해요. 이우일씨가 네모라미(홍익대학교의 만화서클) 멤버 시절에 그렸던 <거꾸로 보는 만화>라는 게 있었는데, 정말 정말 깼어요. 정말 파격적이었고, 저에게 하나의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그릴 수도 있구나 만화를. 박광수 선생 같은 경우는 조선일보 측의 소위 말하는... 음, 발상의 전환이랄까? 신문 매체에다가 그런 형태의 만화를 게재한다는 자체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독자들이 맨날 험한 기사만 보고 있다가, 신문기사로 치면 짜투리 기사 2개 정돈데, 그 안에 만화가 등장해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Q) 만약 양영순씨에게도 신문 지면이 주어진다면 그리고 싶은 생각은 계세요? (A) 아니요, 저는 좀 덜 익어서 그런 큰 매체를 갖기에는 아직 어설퍼요. 한 마흔 정도? 나이가 되고,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전제하에 하하하.. 전제하에요. 누군가가 저에게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그때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벅차요. (Q) 이우일씨 같은 경우는 대학 시절에 <빨간책>이라는 만화를 그렸는데, 성을 아주 대담하게 표현했다고 그래요. 어느 정도로 대담했나요? (A) 안타까운 건 마니아들만 알고 있어요. 이우일씨라는 존재를 <도날드낡> 이후에 마치 박광수 선생의 아류나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소위 말하는 모더니즘 풍의 만화를 가장 그..뭐랄까, 선두주자였다고나 할까요? 단지 그때 신혼여행을 너무 오래 갔다와서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지지를 받고 있을거예요. (Q) 이우일씨의 <빨간책> 같은 경우도 충분히 출판이 되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검열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즉, 일본의 진짜 저질만화들이 음성적으로 흘러들어와 유통되는 건 규제하지 못하면서 국내의 만화가들만 압박하고 있는 당국의 무지가 그저 안타깝기만 한데, 그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일단 그런 걸 보면 식민지 근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 뿌리 깊은 식민지 근성 때문에 자기 살 파먹는 짓을 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비난해봤자 누워서 침뱉기라고 생각해요. 흔히 그런 말들 하잖아요. '우리 나라는 말이야'라는 식의. 많이 배운 사람도 덜 배운 사람도항상 그런 말을 하거든요, 앞에다가. 근데 그렇게 얘기하면서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치니까. 사회 분위기가 그런 상태죠. 일본처럼 자신감 있게 '할려면 해봐라. 너네가'라는 식으로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런 걸 부러워하면서 그쪽 모델을 따라갈 필요는 없죠. 식민지 근성이 있으니까요. 그런 근성에 맞는 표현 방법이 있을 거예요. 조금 더 우화적이고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전용관 같은 개념을 빨리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는 청소년만 살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성인들의 욕구를 표면화시키지 않고 자꾸 음성화시키다 보니까 오히려 그들을 더 괴롭히게 되잖아요, 아주 많이 괴롭히잖아요, 아저씨들이. 허허허. 성억압이죠. 뭐. 빨리 분위기가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Q)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 만화도 개방될테고, 그러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곳이 출판 문화 시장이고, 그 타격은 곧 만화가들에게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일본 만화가 들어와 경쟁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은 사실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일본 만화 개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A) 일단 일본만화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박살이 나겠죠. 아주 초토화가 될 겁니다. 일본의 시스템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구축화되어 있고, 정형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받는 대우에 비해서 굉장히 좋은 편이에요. 그런 체제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야죠. 우리나라의 데뷔 체제는 사실 무의미해요. 데뷔 체제라는 게 서로 평등한 상황일 때 가능한 얘기지... 너무 지나치게 거대하잖아요. 그쪽(일본)은 아주 잘되어 있다구요. 그런 것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고, 수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친일파는 아니구요. 개인이 아무리 잘났고 뛰어나도 대세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한번은 박살이 나야죠. 초전박살이 나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사실 예전에 우리나라 선배들이 했던 만화 작업을 보면 일본 만화에 비해 전혀 못한 게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더 훨씬 재미도 있고, 수준도 높았는데, 중간에 이상한 시스템이 생겨 가지고.... 하여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구조로 우리나라 만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외세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Q) 당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 생각은 없나요? 가령 이우일씨하면 '도날드닭', 박광수씨하면 '신뽀리', 이현세씨하면 '까치'가 연상되는 캐릭터를 만들 생각이요. (A) 한번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를 했어요. 허허. 장편한다고 했다가... 흠, 장편이 쉽지가 않더라구요. 건방지게 시작을 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깨진거죠. 그런 차이죠. 뭐. 허허. (Q)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세요? (A) 일상 생활에서 얻어지는 단서를 가지고 살을 붙이는 형식이에요. (Q) <백댄서>같은 만화를 보면 장 삐에르 쥬네의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A) 그건 아니예요. 아마도 예전에 그 영화를 봤는데, 무의식중에 그런 장면이 만화로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Q) 춤을 좋아하나요? 당신의 만화에는 춤을 추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살풀이춤, 기계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탱고, 쇼걸류의 춤 등등. 아주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이 사람이 혹시 춤을 추던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A) 춤 동작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묘사를 하면서도 재미있고, 우리나라 사람들 춤 추면서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춤 추는 걸) 좋아하니까 해야지 이런 건 아니었구요. 관찰하는 거죠. 사람이 말을 않고 하는 행동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관찰하는 것처럼비주얼적인 묘사 같은,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는 능력이 없어요. 그래서 단어도 이상한 단어를 많이 쓰고, 말이 매끄럽지를 못해요. 때문에 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많이 하죠. 애니메이션을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Q) 최근에 나온 <누들누드>의 애니메이션을 비디오로 보았는데, 사실 좀 실망스러웠어요. <블루시걸>보다 더 낳다고 할만한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색깔이나 움직임 등이 여전히 어색하고.... 원작이 워낙 기발하고 재미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보았는데, 당신이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요? (A) 아니요, 전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무비에서 제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한다고 했을 때 일단 저는 감사드리는 마음이었고, 내용이야 어떻든간에 국내 최초의 스트레이트 애니메이션이잖아요. 그 사실로 만족해요. 되게 열심히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물론 처음에 내가 의도했던 바 하고는 많은 차이가 나는데... 사실 제가 서울무비 측에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게, 처음에 원작 판권에 대한 계약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주기로 하겠다 했는데, 저는 판권 팔고 나서는 도망 가버렸거든요. 그래서 전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고 결과만 봤어요. 얘기를 들어봤더니 국내에서 하청 일을 많이 한데요. 돈 때문에. 그래서 기획 부분이 약하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아직은 그런 단계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뭐 앞으로 더 나아지겠죠. (Q) 판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밀리오레'의 텔레비전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 그 광고는 당신의 <잊혀진 연인>이라는 만화의 명백한 표절 같던데, 혹시 광고회사 쪽에서 사전 연락이 있었다거나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하지 않았나요? (A) 그 광고를 보고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처음엔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주변에서 얘기를 들어보고 그러면서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그쪽에서 창작을 한 거라면 뭐 할말은 없지만, 만약 만약에라도 제 만화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거라면... 불쾌하죠. 뭐. 한마디 말도 없이.... 광고에서 그걸한다고 했을 때 제가 돈 달라고 하거나 그러진 않았을 텐데... 만약 '광고를 만드는데 당신 만화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겠다'하고 연락만 했다면 제가 '그렇게 하세요' 그랬을텐데, 말 한마디 없이 하니까, 만화가에 대한 인식이 도대체... 흠, 어쨌든 기분이 나쁘죠. (Q) 장편만화는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장편만화를 하실거죠? (A) 네, 꼭 한 번 그려보고 싶죠.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Q) 하고 싶은 소재나 장르가 있다면요? (A) 지금은 사이버 SF 만화 정도.... (Q)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당신의 <가을 운동회>나 <소화불량>, <학창시절> 같은 만화도 좋아하거든요. 평범하고 따뜻한 소재의 만화에도 재능이 있으신 것 같은데, 박광수씨처럼 사람의 심성을 따뜻하게 하는 만화를 그릴 생각은 없나요? 본격적으로. (A) 하하하, 그런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쉽지는 않잖아요. 그래요. (Q) <누들누드>는 현재 5권까지 나와 있는데, 이젠 그만 그릴 생각인가요? (A) 네, 지겨워요. 소재 고갈되고, 아이디어 딸리고, 아휴 정말 지겹더라구요. 이젠 그만. (Q) 그럼 폭력은 언제까지? (A) 폭력이라는 주제는 어떤 식으로 든지 사회와 맞물려서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아주 무르익지 않을때까지는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Q) 만화를 그리는 거 외에 따로 계획하고 있는 건 없어요? (A) 이젠 좀 쉴려구요. 한 3, 4개월 정도 쉬고 싶어요. 책도 좀 읽어야겠고.... 재충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걸 해서라도 좀 쉬어야겠어요. 그래서 잡지 연재도 그만 둘려구요. (Q) <나인>도 그만 두시려구요? (A) <나인>은 좀 더 해야되구요. <영점프>라는 잡지가 있는데, 이번이 마지막이예요. (Q) 연재를 그만두면 생활 여건이 되세요? (A) 지금 여기서 연재를 그만두면 조금 벅차요. 그런데 집사람이 회사를 다니니까. 하하하. (Q) 만화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그리고 만화를 배우려고 하는 후배들에게좋은 학교가 있다면 소개 좀 해주시죠. (A) 자기가 진정으로 만화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를 먼저 알아야 돼요. 단지 재능만 믿고 혹은 돈이나 명예 때문에 한다면 다시 생각을 해봐야죠. 만화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구요. 그리고 열심히 그려야죠. 책도 많이 읽고, 좋은 만화가의 그림을 반복해서 베끼고, 노력 없인 아무것도 이룰 순 없죠. 좋은 학교라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하는 만화 강좌가 있는데, 거기가 좋을 것 같네요. 강사진도 좋구요. 그는 매우 겸손하고 예의바르며 차분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 정말 지쳐 보였다. 그의 텅 빈 듯한 가슴이 뢴트겐 사진처럼 투명하게 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앉았던 자리에 들고 온 가방을 두고 나가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그에게 다시 연락을 했고, 그는 기자에게 미안한 듯 아내까지 대동하고 다시 나왔다. 그는 아내를 기자에게 인사를 시켜주었고, 기자 역시 그녀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역할에 따라 한국에 길이 남을 명작 만화가 탄생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 3, 4개월 푹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아주 많은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둘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다.
글/ 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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